제18구간 덕산재∼대덕산∼삼봉산∼뼈재…가파른 비탈길 많아 페이스 조절 필요
전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탓인지 찬 기운이 코끝을 스치는 새벽녘이다. 여느 때 대간 산행과 다른 느낌이다.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을 태운 버스는 14일 새벽을 가르며 경북 김천으로 향했다. 두 시간 남짓을 달린 버스는 종주팀을 경북 김천시와 전북 무주군을 잇는 덕산재 마루금에 내려놓았다. 이번 코스는 덕산재에서 출발해 대덕산∼삼도봉∼소사 고개∼삼봉산∼뼈재(15.2㎞)로 이어진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종주팀은 맨손체조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목청껏 'S&T중공업 백두대간 파이팅!' 구호를 외치며 남서쪽으로 길을 나섰다. 구간 최고봉인 대덕산(大德山·1290m)까지는 3.05㎞로 1시간 30분 정도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30분 정도 마루금을 따라 오르자 물소리가 들려왔다. 얼음폭포로 떨어지는 대덕의 물줄기였다. 이 물은 계곡을 타고 흘러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가파른 코스임에도 지그재그 등산로가 나 있어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참을 올랐다. 대덕산 정상 바로 아래 '얼음골 약수터'가 나왔다. 가뭄이 심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알려졌으나 물줄기는 없고 <얼음골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는 길손이시여!>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하나 풀어 던진 약수터에는
바람으로 일렁이는 그대 넋두리가 그리움으로 솟아나고….
우리는 한 모금의 샘물에서
우리를 구원함이 산임을 인식합시다.
우리는 한 모금의 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합시다.
-대덕산 얼음골 약수터를 사랑하는 사람들-
얼음골 약수터를 지나 막바지 급경사 길을 힘겹게 오르자 대덕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헬기장으로 사용할 정도로 정상은 평평했다. 구름 때문에 산 아래를 조망하지는 못했지만 구간 최고봉에 오른 기분만은 상쾌했다. 종주팀과 사진 한 장으로 흔적을 남겼다. 대덕산에서 삼도봉(三道峰)까지는 1.45㎞로 완만한 내리막길로 억새가 유명한 곳이다. 삼도봉(초점산·1250m)은 이름 그대로 3개 도(道)에 걸쳐 있다. 경북 김천시 대덕면과 경남 거창군 웅양면, 전북 무주군 무풍면 경계에 있다. 백두대간에는 이곳 외에도 지리산 반야봉 아래 삼도봉(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하동)과 백운산(민주지산)의 삼도봉(충북 영동, 경북 김천, 전북 무주) 등 세 곳의 삼도봉이 있다. 삼도봉 아래로 펼쳐진 무풍면 일대의 목가적 풍경은 마치 유럽을 연상케 했다.
삼도봉에서 전북 무주군 무풍면과 경남 거창군 웅양면을 잇는 소사 고개까지 3.25㎞는 급경사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완만한 대간 길 주변 개간지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김장용 배추가 종주팀을 반겼다. 한 포기 뽑아서 젓갈에 찍어 한입 가득 먹고 싶은 충동이 절로 나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종주팀은 대간꾼의 휴식처인 소사마을로 내려섰다. 콩나물 국밥과 막걸리 한 잔으로 점심을 해결한 종주팀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삼봉산 아래 배추밭을 따라 다시 길을 나섰다.
소사 고개에서 삼봉산(1254m)까지는 3.25㎞로 오르막 경사가 심한 구간이다. 점심을 많이 먹은 탓일까 발걸음이 무겁다. 일직선에 가까운 대간 길은 찬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마에 땀방울을 맺히게 했다. 저 멀리 암봉이 눈에 잡힐 듯 다가왔으나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질 않았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경사도 심해졌다. 동료의 배려 덕분에 간신히 암봉에 올랐다. 산 아래에 펼쳐진 고랭지 채소밭이 아련히 다가왔다. 구름이 걷히면서 주위 경치도 한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런 맛 때문에 힘들게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닐까 혼자 되뇌었다.
삼봉산(덕유 삼봉산)은 덕유 연봉(德裕 連峰)의 첫 번째 봉우리로 장쾌한 덕유산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삼봉산에서 이번 구간의 종점인 뼈재(신풍령)까지는 4.35㎞로 다소 지루한 길이 이어진다. 된새미기재, 수정봉을 지나지만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으면 어느 곳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삼봉산에서 된새미기재(1065m)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다가 나머지 구간은 비교적 평탄하다. 산행 7시간(점심 1시간 포함) 만에 목적지인 뼈재에 도착해 뜨거운 국물로 몸을 녹이고 산행을 마무리했다.
